12월의 추천도서(1764) 통찰(EBS 특별기획) - EBS 특별기획 통찰 제작팀

천재교육 밀크T - 12월의 추천도서(1764) 통찰(EBS 특별기획) - EBS 특별기획 통찰 제작팀

통찰―꿰뚫어 보다

수십억 년 지구의 역사 가운데 인류가 살기 시작한 시점은 고작 최근 수백만 년 전에 불과합니다. 그 사이 우리는 얼마나 ‘발전’했을까요?

오랜 세월 봉인되어졌던 쇼베 동굴 속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벽화는 3만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인간들이 오늘날 우리와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알타미라 동굴 벽면에 그려진 황소들을 본 피카소가 “알타미라 이후로는 모든 게 타락뿐”이라고 한탄했다는 본문 속 일화는 원시 인류를 어처구니없이 미개하게만 묘사해온 영화 속 우리의 오만함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깨달음은 법칙의 존재를 희망합니다. 나일 강의 주기적 범람이나 지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우리 조상에게 생존의 불안함을 안겨주었지만, 그 이유를 밝히려는 노력과 논리적인 설명이 이성적 사고의 출발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건 짐승 가죽을 뒤집어쓰고 길흉화복을 점치던 제사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는지 모릅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이 그 명료함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자, 너나 할 것 없이 수학과 물리 법칙이 우리 삶을 기획하고 예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던 역할에서 신의 영역인 불로장생의 비밀을 밝혀내는 역할로 나아가지 않을까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익숙함과의 결별, 새로움이 주는 두려움에 대한 거부, 그리고 생경함에 대한 무한한 탐구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내 기득지로부터 비롯됩니다. 구전에 의해서, 그리고 문자를 통해서 남겨진 윗세대의 지혜는 우리로 하여금 신화 속 시지포스와 같은 천형을 다시 겪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아이작 뉴턴이 1675년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에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라고 한 명언 역시 최소한 12세기부터 시작된 것이었으니 그 표현마저도 ‘거인의 어깨’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도 출신의 천재적인 수학자 라마누잔은 시대적 한계와 교육의 부재라는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서른 두 살의 불꽃같은 삶을 송두리째 수학에 바쳤습니다. 이를 두고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죠. “라마누잔은 한 권의 수학교과서를 가지고 현대수학을 통째로 재창조했다. 만약 그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정규 교육과 정보 교류가 원활한 지금의 환경이 천재의 업적을 몇 배나 키워주었으리라 확신하는 건 아마도 주커버그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불과 한 세대가 지나지 않는 동안, 정보 접근과 정보 공유가 손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필경사에 의해 필사된 한 권의 책이 집 한 채 가격에 팔리던 때와 비교해 보면, 공부가 너무나 손쉬운 세상이 온 것입니다. 매일같이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데이터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빛의 속도로 정보 구름에 저장합니다. 논리적 사고의 얼마쯤은 전자두뇌에게 양여해도 될 시대가 온 듯합니다. 마치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동방견문록과 나침반, 항해술의 발전”이 “항해혁명”을 이루었듯이 생물학과 컴퓨터과학, 인공지능의 발달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내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마지막 어휘(final vocabulary)’를 갖고자 하는데 아이러니스트(ironist)는 그 어휘를 철저하게 의심하는 존재라고 하였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아이러니스트가 필요한 시대라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나 습관화된 어휘가 아닌 독창적인 ‘나만의 어휘’를 정하는 일이 내 고유성을 지키고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마지막 어휘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답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멋진 아이러니스트처럼 말이죠.

그럼 나만의 어휘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를 위한 출발점이 ‘질문하라, 질문하라, 그리고 질문하라! 바로 자신에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통찰을 위한 근원적 질문의 한 예는 극단적 생경함을 위해 남태평양 어느 섬으로 홀연히 떠났던 한 화가의 마지막 작품이 품고 있던 제목에서 발견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1897)」_Paul Gauguin

5. 출판사 서평


Source from http://www.read1825.com/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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