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맵싹! 양파의 개발 이야기 - 개발자 진로상담 Q&A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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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진로상담 Q&A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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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제가 컴싸 쪽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요.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 건 아니지만 혹시 저처럼 완전 문외한이 방향을 틀어서 개발자쪽이나 QA쪽으로 일하는 경우를 본 적 있으신가요?

커뮤니티 칼리지 같은 곳에서 우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certificate을 목표로 해 볼 생각도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살짝 막막해서 조언 구합니다.

A: 개발자가 될까 라는 질문의 답부터 하자면 -

개발자로 실력을 쌓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IT는 보통 기술직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보자. 기술은 오랜 시간을 두고 배워야 한다.

20대 중반에 개발일이나 해 볼까? 하는 것은 피아노 한 번도 안 쳐 본 사람이 '피아노나 배워서 피아노 학원 차릴까?' 혹은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영어 동시 통역이나 얼른 배워서 돈 벌까?' 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을 배우는 데는 노력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은 신입을 많이 받아들이고, 경력직과 신입이 그리 수입이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듯 하나, 사실 해외에서는 실력에 따라서 월급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리고 그건 무작정 한 직장에서 버틴다고 해서 그냥 경력이 늘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10대부터 컴퓨터 만지면서 놀다가 CS 전공하고, 취업하여 정말 개발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하고는 절대로 경쟁이 안 된다.

나이 많다고 대접 받을 수도 없다. 10년 일했다고 해서 곧바로 월급 더 받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같이 일한 분들 중엔 50대 백발 아저씨도 있고 40대 초반 아저씨도 있었으나 월급과 나이는 상관이 없었니다. 특히나 커리어를 바꾼 케이스들이 그렇다.

홈페이지 몇 개 만들어 보니까 쉽더라, 나도 IT 해볼까? 라는 논리는, 우리집 애들 머리 자를 수 있는데 이대 앞에 미용실이나 크게 차려볼까? 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IT 가 너무나 어렵고 대단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술직이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려면 시간과 노력의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차라리 그 시간에 적성에 맞는 분야를 해보라는 것이 필자의 조언이다. IT가 정말로 적성에 맞고 천직이라 느끼는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소수이기 때문이다.

품질 관리 (Quality Assurance) 쪽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개발 경력이 없다면 QA 는 일이 단조롭고 연봉도 그리 높지 않으며 커리어에도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 QA 에서 괜찮은 부분이라면 자동화인데 이 부분은 개발 경력이 필요하다.

혹은 프로세스/관리직으로 IT 감사 auditing, 보안 (compliance, security policy), 고객 관리, 프로젝트 관리쪽이 있다. 약간 작은 회사에서 이런 일 맡아서 경력 쌓고 관련 자격증 딴 다음에 큰 회사로 옮기는 방법이 있는데, 똑같이 시간 투자 하는 거라면 개발에 시간 투자 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늦은 나이에 개발 시작해서 진로를 바꾸는 케이스를 못 본 건 아니지만, 이럴 경우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받는 대가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완전히 자기의 적성이 아니라면 그 노력을 들일 시간에 뭔가 더 적성에 맞는 쪽의 투자가 낫지 않을까.

Q: 외국에서는 개발자들이 억대 연봉 받고 일한다는데 맞나요?

A: 짧은 대답: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해외 개발자에 대해서 제일 궁금해 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외국에서는 개발자들이 억대 연봉 받고 일한다는데 맞나요?” 이다.

이는 실력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요식업에 비교하자면, 집에서 친구들 초대해서 요리 맛있게 해 주는 것과, CJ 푸드 같은 대기업 운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꽤나 큰 테크 회사면 그 안에 상당히 많은 직종이 있기 때문에 사실 적성 안 맞는다 해도 '들어가서 몇 년 버틸 정도'로만 잘 해도 되긴 한다. 하지만, 좋은 테크 회사에 들어가는 건, 적성 안 맞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반대로, 적성이 맞는 사람이고 어렸을 때부터 코딩 아주 즐겨 해왔으며, 대학에서도 컴퓨터 사이언스/ 전산과를 전공하셨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자료 구조 문제 몇 개 풀고 억대 연봉에 대우 좋은 직장에 쉽게 들어갔다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럼 어떤 직장이 가능한가 보면 -

초봉이 1억 이상인 직장 (100k 십만불):

구글, 아마존, 마소, 애플 등등의 큰 회사뿐만 아니라 잘나가는 스타트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보통은 테크 중심 회사이고, 최고 공대의 CS 전공자들을 주로 뽑는다. 코딩 오래 안 해 본 사람에게 면접은 상당히 힘들다. 코딩 문제 받으면 곧바로 화이트보드에 쓱쓱 쓸 수 있어야 하고, 웬만한 CS 컨셉은 제대로 마스터 해야 도전이라도 해 볼 수 있다.

이 레벨은 프로그래밍에 적성이 있어서 오래 전부터 실력을 쌓아오지 않았다면 거의 불가능하고, 비이공계/과학계 출신으로 스물 다섯 정도에 IT 쪽으로 가볼까 생각하셨다면 성공률 1% 미만이라고 본다.

그리고 탑 공대와 무지막지한 개발 실력 아니라면 영어가 조금만 부족해도 해외에서 취업하고 일하는데 지장이 많다.

초봉이 7천만원 정도인 직장 (5만불 이상):

테크 쪽에서 다음 티어 (Tier) 이다. 약간 덜 잘 나가는 테크회사 일 수도 있고, 테크 회사 내에서도 좀 인기 없는 부서일수도 있다. 아니면 포츈 500 정도의 회사이지만 테크 중심이 아닌 회사도 여기에 속한다.

채용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쉽게 들어가는 케이스도 자주 눈에 띈다. CS 가 적성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전공해서 졸업했고, 27살 아래 정도라면 도전할 만하다고 본다.

들어가서 부서 좋은데로 옮기거나 자기계발 열심히 하고, 인맥 쌓아서 몇 번 이직하면 정말 잘 풀릴 가능성도 많다. 순수 수학이나 개발실력은 모자라더라도 대인 관계, 인맥 관리와 커리어 계획을 잘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잘 풀리기도 한다.

그 아래 직장:

세상에 회사는 아주 많고, 각 회사마다 전산/개발부서가 꼭 있다. 대단한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스타트업도 많고, 튼튼한 중소기업도 많다. 아주 인기가 있는 분야가 아니라도, 앱 개발부터 시작해서 웹 사이트 보수 유지, 서포트, 하드웨어 관련, 그 외 말할 수 없이 잡다한 IT 관련 일이 수없이 많다.

면접은 보통 어렵지 않아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편이다. 보수는 그리 세지 않으나 CS 전공인을 꼭 바라지 않고, 학원에서 몇 달 배운 사람들도 곧잘 들어간다.

IT 쪽은 차별이 꽤 적은 편이라, 이런 회사에서 시작했다가 커리어 관리 잘 해서 5-10년 정도안에 탑 티어 테크로 올라가는 케이스도 많고, IT 를 바탕으로 해서 그 회사의 핵심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이들도 있다. 앱 개발 하다가 혼자 회사 차려 나가서 큰 회사에 합병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렇지만 처음 두 옵션보다는 상당한 노력과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Q :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나 IT 쪽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4년제와 2년제, 제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게 좋을까요? 주위 개발자분들은 배운 것이 다 도움 된다고 4년제 CS 를 전공하라고 조언하십니다.

A: 나이가 25세 넘었다면 학사/석사를 권하지 않는다.

상담자가 25세 이하라면 학사/석사를 권하는 편이지만 30세 이상이라면 전의 질문에 답했듯이 솔직히 말리고 싶다.

30 넘는 이에게 석사 (절대 학사는 권하지 않는다) 를 권하는 케이스는 단 한 가지. 미국에 들어갈 구실이 생긴다는 이유다. 영어 하나만 좀 모자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낼 수도 있으나 영어에 비자까지 안 되면, 진실로 강호에서 알아주는 정말 날고 기는 실력이라도 쉽지 않다.

만약 개발 실력이 엄청나다면 바로 취업에 도전해보라 하겠으나 정말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곧바로 해외 회사 취업 비자내기"는 아주 힘들다. 낸다 해도 그 회사에 묶이기 때문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던지,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한국으로 되돌아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문제 제기를 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3-5년 동안 그 회사에 묶일 수가 있다. 이직 하려 해도 새 직장에서 비자를 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봉 괜찮고 믿을만한 회사인데 취업 비자 나왔으면... 당연히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반대로 30넘었고 영어가 그리 편하지 않고,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고, 개발 경력도 별로 없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세상에 개발직이 워낙 많으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투자비용, 기회비용, 스트레스 등등에 비해서, 막말로 "뽕뽑기"는 쉽지 않아서이다.

주위 분들이 '4년제에서 배운 것이 다 도움이 된다'라고 하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 말은 탑 테크 회사에 들어가고 싶을 때에 더 절실하게 해당된다. 그래서 나이가 만 25 이하이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좋은 공대에서 학사를 끝마치고 좋은 테크 회사 취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25세 이상이지만 30세 이하라면 석사를 권하며 영주권/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30세 이상이시라도 석사를 추천할 수 있다. 그만큼 취업비자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좀 있더라도 2년제 할 거면 하는 김에 4년제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묻는다면?

사실 2년도 시간이 아깝다고 하겠다.

개발일로 진로를 바꾸 계획이라면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십대 후반, 30대 초반은 사실 많이 늦었다.

그 나이에 "피아노 지금 배워서 학원 차려서 먹고 살고 싶어요"와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4년제에서 배운 것이 도움 된다"라고 하는 말은, 제대로 된 음대 가서 피아노 전공하는 게 좋다는 말인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대 들어가려고 수능부터 준비한다면 좀 아니라는 느낌이 오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IT 에서 기획만 했고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다면, 기타는 좀 칠 줄 알지만 피아노는 안 건드려봤다란 비유가 정확하다. 악보는 읽을 줄 알고 감은 좀 있을지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친 애들과 비교할 수 없고, 지금 나이 들어서 코딩 공부해 좋은데 취직하겠다는 건 지금 시작해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목표와 별로 다르지 않아서이다.

물론 천재적인 음악 재능이 있을지 모르고, 아니면 기타배우면서 음악의 기초가 아주 많이 다져졌거나 그 외의 이점으로 인해 피아노 배우는 것이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스물 다섯에 피아노를 시작해서 몇 년 동안 아이들 피아노를 가르쳤다 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예중 예고 음대 나온 이들과 비교할 수 없으리라 본다.

* 한국의 “힘든 수련후 장원 급제 금의 환향 전설”

그런데 이건 사실 한국 문화 자체와 연관이 있다. 의전원은 아니고 의대를 나와야 하고, 로스쿨보다는 고시. 뭘 해도 본고장에서 원조를 배워서 오리지날을 해야 하고, 카피가 아닌 명품을 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

그냥 무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산속에 들어가서 도사를 만나서 목욕재계하고 삼년을 바깥 세계와 연을 끊고 집중하여 "정통"으로, "정도"로, "힘들게" 고난의 도로를 거쳐서 짜잔, 하고 환골탈태. 그리고 성공.

그냥 하다가 어찌 잘 된 사람들은 변칙적, 반칙한 사람들. 그러므로 언제 결정을 하든지 간에 다시 수능부터 시작해서 좋은 공대에 들어가서 학사를 마치고 박사까지 하면 완벽한 IT 인으로 재탄생!

개인적인 의견으로, 코딩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알고리듬 교과서 주는 건,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전통적인 장을 담그는 비법" 논문 뭉태기를읽으라고 주는 거랑 같다고 본다. 코딩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료구조 쓰게 되고, 쓰다 보면 언어마다 다른 점 발견하고, 웹사이트 만들다 보면 스케일 문제에 더 관심이 가게 되고, 그러면 스케일에 대한 강의도 훨씬 더 쉽게 머리에 들어온다.

당장 본인도 스무살 처음 컴싸 공부했을 때 아니 이게 뭔 뜬금없는 구름잡는 소리?? 라고 느꼈고, 그러다 보니 '난 적성이 아니야"라고도 많이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요리 별로 안해보고 들어갔는데 전통 장 담그기 비법을 자꾸 듣다 보니 그렇게 느낀 셈이다.

어렸을 때 웬만한 요리는 다 섭렵하고, 여러가지 요리를 간장 고추장 된장으로 요리 해 본 애들은 그런 이야기가 재밌었을 테지만 그걸 보는 초보는 "아 난 적성이 아닌가봐, 다른 거 공부해야겠어…” 하게 된다.

한국처럼 “싫어도 극기하여 고생하다 보면 성공한다”라는 모델과 달리, 해외에서는 좋아하는 분야를 조금씩 해 보면서 실력도 발전한다는 모델을 택하는 편이다. (이 모델이 더 옳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어린 나이에 수포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로, ‘수학 하기 싫으면 그냥 그쪽에 재능이 없는 거다’는 식의 교육방식을 꼽는다.)

'한국 모델을 버려라!' 이런 것보다는, 해외에서 취업할 계획이라면 공짜로 일하는 한이 있더라도 실제 개발 경험이 대학교 4년 보다 나은 케이스를 보아왔고, 전공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실제 경력 쌓기를 추천하는 편이다. 특히나 한국에서 이미 학사를 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이가 25세 아래라면 학사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 시절은 공부하는 시기라고 보고, 그 나이에 전공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23세에 새로 학사를 시작해서 졸업한 사람이라면, 19에 시작한 사람보다 좀 더 경험을 보게 된다. (나이 차별은 없다고 하지만, 한국만큼 심하지 않을 뿐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나이 차별은 분명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식 모델의 가장 나쁜 점은, 자기 주도적 선택이 아니라, "한 번만 죽도록 고생하면 나머지는 시키는대로만 하면 성공" 컨셉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공대 들어가면, 졸업만 하면 다 해결. 그 "쯩"이 있으면 철밥통의 문이 열릴 거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IT 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학교 졸업증은 최대 5년 정도 효과 있다. 유명 공대 출신들이 성공한 케이스가 많이 보이는 것은, 그 사람들이 그 공대에 갔기 때문이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그게 동문효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관심 없고, 적성 아니고, 그저 입시 공부만 한 사람이 죽자고 공부해서 들어간다고 해서 졸업하자마자 성공!! 은 힘들다.

이런 경우는 졸업하고 나서 경기가 좋아 어째어째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그 다음에는 경력으로 버틸 수 있겠으나, IT 쪽엔 회전율이 높다. 실력 없으면 금방 밀리게 된다. 서울대 졸업하면 평생 먹고살 걱정 없기시절의 패러다임으로, 공대 좋은데 나오면 장땡이라고 믿었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미국의 CS 공대를 졸업하면 초봉이 억대 라는 식의 기사가 자주 나오다 보니까 나도 들어가기만 하면 될까 생각할 수 있으나, CS 학사 졸업해서 억대 연봉을 곧바로 받는 사람들은 -

탑 공대, 어렸을 때부터 개발 엄청 해온, 스물 한두살의 어린 친구들이다. 나이 차별인가 싶지만 실제로는 차별이라기 보다 구분 방법이다. 어린 친구들은 일 경혐이 없기 때문에 경력으로 걸러낼 수가 없고, 학벌과 학점 밖에 없으니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그 돈 주고 데려오는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20대에 전문분야 공부 쭉 해서 석/학을 30대 초반에 졸업한 경우도 있다. 이 두가지가 거의 유일한 케이스이다.

그렇다면 나이 많은 사람은? 이제는 학교 졸업한지 꽤 됐으니까 경력을 보게 된다. 그럼 좋은 공대 들어가서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 물을 수 있으나..

불행하게도 이건 바로 경력 단절에 해당된다. 이대 수석 졸업하고 2년 일하고 집에서 15년 전업하다가 나온 40대 여자분과, 작년에 그럭저럭 좋은 학점으로 이대 졸업한 23살 인턴과, 누가 더 취업되기 쉬울까? 물론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30 넘어서 학사 시작하는 건, "이전까지 내가 한 건 다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라는 선언이라서 그렇다. 석사는 어느 정도 괜찮으나, 25세가 넘은 나이에 4년을 풀타임으로 학위에 투자하는 것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비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차라리 그 시간에 (꼭 더 공부하고 싶으시면) 파트 타임 석사 하면서 관련 경험을 더 쌓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졸업하고 나서도 10년, 20년, 30년동안 계속 계속 새로운 분야를 찾고, 공부하고, 업데하고, 그렇게 변해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개발쪽만 그렇지는 않다. 이건 한 번 죽자고 공부해서 학위나 자격증 같은 “쯩”을 받았다고 해결이 안 된다. 그 분야에 관심 자체가 있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 없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고문 및 시간/노력 낭비로 끝날 수 있다고 본다.

* 현재 부정과, 고민을 미래로 미루기

학사부터 시작함의 더 큰 문제는, 중요한 결정의 시기를 몇 년 후로 미뤄버린다는 데에도 있다. 이게 적성인지 아닐지 모르므로 온라인 코스부터 들어보고, 공짜로라도 일 해보고, 만들어 보고, 이래저래 알아보는 과정보다 "4년 동안 공부한다!" 로 치환해버리는 셈이다. 이걸 해결하면 다른 것도 다 해결될거라고 생각해서 주로 하는 선택이다.

사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가 이런 경향이 있다. 끝나고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박사부터 따고 보자, 수능부터 다시 보자, 유학가서 다시 시작하자란 식이다. 열심히 공부할 때는, 4년이면 된다/끝난다라는 목표 때문에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졸업하고 나서 실제로 일해보니까 별로라면? 그럼 어떻게 할까? 시간 제한도 없고, 앞으로 계속 이것만 하고 살아야 한다면?

또 하나, 선택을 미래로 미루는 이유중에 하나는, "지금 난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판단받지 않는다"라는 심리도 없잖아 있다. 직장을 선택해서 다니고 있다면 난 직장인이고, 그 연봉이나 직장에 따라 주위 사람들이 날 평가하겠지만, 공부하고 있다면 아직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이게 끝나면 난 대단한 사람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어서 이다.

같은 이유로 식당 서빙일 하는 대학생들은 당당하다. '이건 내가 진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므로 '의대 들어가려고 수능 준비하는 중'인 사람은 자신을 '미래 의사'로 보게 된다. 그냥 바로 간호 조무사로 취업하면 '미래의사'의 희망을 뺏긴 것 같아 싫다.

* 그래서 정말 개발일을 하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개발일이다 싶다면, 큰 돈 투자해서 학사부터 시작 안 해도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컴싸 전공, 열아홉살짜리 애들도 듣는 코스라 그렇게 어렵지 않으며 인터넷에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코스, 재미있는 코스도 아주 많다.

현대 시대의 어떤 학문보다 온라인으로 배우기 쉽고 실제로 해보는데 쉬운 학문이 컴퓨터 사이언스이니 학교에 돈 갖다주기 보다는 배우는 내 자신에게 돈 투자한다 셈 치고, 혼자 하기 힘들면 다른 코더들과 모이는 모임 나가 보거나 커뮤니티를 찾을 수도 있겠다. 앱 만들어보고, 웹사이트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짬짬이 시간을 내어 사이드로 컴싸 과목 하나씩 해보거나 근처 회사에 공짜로 일 해주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경험 쌓는 것이 대학교에서 한과목 더 듣는 것보다 낫다.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사 찾아가고 그렇게 경력 능력 쌓는 편이 이력서에도 훨씬 낫다.

할 수 있다면 개발직으로 어떻게든 들어가는 쪽을 추천한다. 프로그래밍은 전문대 갈 필요 없고, 온라인에 아주아주 좋은 코스 넘쳐난다. 학력 따위 아무런 도움 되지 않는다. 첫 취업할 대 인사과 통과하시려면 고등학교/대학교 졸업장이 도움이 되긴 하는데, 그나마 30 넘으면 별 쓸모 없습니다. 그보다 관련직의 경력이 훨씬 도움된다.

Coursera, EdX, udacity 이런 사이트 말고도프로그래밍 알고리듬 앱개발 코스는 정말 넘쳐난다. 그런 코스로 하루에 열시간씩 하는 것이 2년 전문대 다니는 것보다 훨씬 도움 될거라 보고, 미국에서 4년제 학부 하자는 건 가정 경제로나 시간으로나 아주 크게 낭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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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년 전에 쓴 글입니다.

by Yangpa :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823477631271049


Source from http://yeogue.tistory.com/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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